명문 가문의 자녀 교육

아주 가깝고 떨어질 수 없는 사람들간의 관계를 종종 일심동체[一心同體]라고 부르게 됩니다만 현실은 사랑하는 가족들이라도 이를 이루는 각각의 주체들의 상호 작용으로 관계가 이루이지기 때문에 한마음과 한몸을 이루는 결합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흔히 듣게되는 "내맘같이 되지 않아서.." 라는 부모들의 고민은 자녀 교육의 어려움을 표현하지요.

결혼이나 아기가 생기면 서로가 행복을 느끼고 그 상태에 머물고 싶어하지만 이러한 감정만으로는 행복이 오래 가지 못합니다. 현실에서 실제적 사랑은 많은 노력과 훈련을 필요로 하며 이성적 판단과 결단, 성장, 배려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학교나 사회에서 자녀 교육에 대하여 특별하게 배우는 것도 아니고 아이가 태어난다고 훌륭한 부모의 자질이 저절로 만들어지지도 않기 때문에 실상 부모의 역할은 본인이 자라면서 가정에서 배운대로 이루어지거나 주변에서 보고 듣는 것을 따라하기 쉽습니다. 이처럼 가정 교육을 통해 배우게 되는 인성은 본인뿐만 아니라 세대를 넘어 전달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학교와 학원을 통해 자녀교육에 의존하는 것은 부모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어려서부터 좋은 사고와 행동을 접하지 못하면 어른이 되어 실천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좋은 글과 감명을 받았다고 하더라고 당장 그대로 실천이 되지 않습니다. 이미 몸에 배인 습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평생 실천할 덕목과 원칙을 세우고 이에 비추어 매일 매일의 말과 행동을 되짚어 생각하고 실천하는 과정이 없다면 머리와 마음과 말과 행동이 서로 제각각이 되어버립니다.  

1996년쯤 전혜성 교수님의 고희를 자녀들이 기념하여 편지와 글을 묶은 책을 번역할 기회가 있었는데 가족들의 글을 통해 가족들이 교수님께 가지고 있는 사랑과 존경, 그리고 자녀를 어떻게 성장시켜왔는가를 보면서 깊은 감명을 느낀 적이 있었습니다. 가족 모두의 박사학위가 11개이며 미국과 한국 사회에서 모두 존경받는 위인으로 성장을 키운 배경에는 전혜성 교수님의 모성적이고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이 있었습니다. 옛말에 "아이는 어른의 등을 보고 배운다"라는 말이 있는데 본보기 교육만큼 위대한 교육은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공부해라"가 아니라 "공부하자"를 통해 지하실에 공부방을 만들어 같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언제나 '재주가 덕을 뛰어넘어서는(德 勝 才) 안된다'라는 덕승재를 통해 엘리트보다 사람이 먼저 될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또한 모유 수유와 아이들의 머리를 손수 깍아주면서 애정과 솔직한 대화를 나누고, 아침은 새벽이라도 가족들이 일어나 같이 먹게 하여 가족의 유대감을 느끼도록 하고 자연스런 토론장으로 가족회의를 가졌습니다. 아울러 미국 사회에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한국학 연구에 앞장서며 민족에 대한 자긍심을 자녀들에게 심어주도록 노력하였습니다. 전혜성 교수님의 "엘리트보다 사람이 되어라", "섬기는 부모가 자녀를 큰 사람으로 키운다"를 통해 그분의 자녀교육에 대한 방법과 생각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전혜성 교수님의 자녀교육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5백년 명문가의 자녀 교육", "5백년 명문가, 지속경영의 비밀"을 보면 조선 명문 가문의 오백년 역사를 통한 가정 교육의 가르침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인성과 생활 교육을 중시했던 조상 전래의 자녀 교육법은 평범한 원칙을 수백년 동안 지켜져 오고 있는데 1. 솔선 수범을 통하여 부모가 올바른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독서와 원칙준수, 2. 공부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어울리고 남을 배려하는 생활교육을 강조한다, 3. 당장의 이익보다는 상생(相生)의 원칙에 따라 손해 볼 줄도 알도록 한다, 4. 후학과 자녀 양성을 무엇보다 우선시하여 세심한 신경을 쓰고 따스한 격려와 엄한 질책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두 책에는 공통된 인물과 내용이 많이 있습니다만"모성적 리더십"을 가진 선조들의 자녀 교육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남성적이고 가부장적인 훈계가 아니라 여성적이고 세심하게 배려하는 엄마같은 편안한 자녀와의 관계 형성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위대한 리더는 관계지향적 여성성과 목표지향적 남성형을 겸비된 인물이어야 합니다.  

작가는 현대 부모들이 명문 가문이라 하면 미국과 유대, 유럽의 명문가만을 먼저 떠올리는데 한국의 500년 전통의 명문 가문의 역사와 사상이 얼마나 훌륭한지 살펴보면 결코 뒤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경쟁력 있는 인재로 키워내는데 손색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책에는 명문 종가들의 가옥과 주변 풍경들을 사진으로 담아 놓았는데 따스한 봄이 찾아오면 가족들과 함께 방문해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명문 종가들을 직접 살펴보고 (대부분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더군요.) 그 정신을 느껴보는 것이 좋은 자녀 교육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by 황순삼 | 2009/01/27 14:36 | 트랙백 | 덧글(2)
트랙백 주소 : http://swprocess.egloos.com/tb/225715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Jisun at 2009/07/08 17:56
전혜성 교수님의 책... 저는 아직 부모가 아니지만(결혼도 안했지만-_-) 정말 배울 점이 많은 것 같아요. 특히 "솔선수범을 통하여 부모가 올바른 모습을 보여준다. "... 아이가 공부를 열심히 하기를 바라는 부모라면, 애들이 공부하고 있는 시간에 본인은 거실에서 드라마 보면 안되겠죠ㅋㅋㅋ

그나저나 고희 기념 출간물을 번역하시다니, 부럽습니다 ㅎㅎ
Commented by 황순삼 at 2009/08/01 14:32
우연한 기회였습니다만 전혜성 교수님 가족들의 삶의 추억과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요.

:         :

:

비공개 덧글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